Friday, August 13, 2004
ROMANTISHE STRAßE 

2004년 6월 16일 수요일 AM 5:40, At Frankfurt am Main


눈 떠 보니까 새벽 5시 40분이다. 어라, 이거 알람 필요 없겠는데? 어제 마인강을 산책하고 늦게서야 잠들었음에도 일찍 일어난걸 보면, 아직 시차에 적응못한 모양이다.

창문을 열었다. 아침공기가 좀 차다. 여기, 해가 늦게 지는 만큼, 일찍도 뜬다. 6시. 새벽이잖아. 분명히. 근데 바깥이 청소하고, 트램 돌아다니고, 분주하다. 그러고 보니 여행하면서 다른 곳에서(특히 이탈리아) 새벽에 청소차 돌아다니는 꼴을 못봤다. 별 생각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역시 독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Frankfurt의 중앙역

솔직히 전날 늦게 잠들면서 걱정했거든. 로맨틱 가도를 달리는 유로파버스가 8시에 출발이고, 7시까지 오라는데, 어떻게 6시에 일어나서 가느냐 그거지. 근데 일어나보니까 5시 40분이라 좀 안심했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중앙역 앞의 원숭이 잠이 덜깬건가.

7시 전후로 해서 중앙역 왼쪽에 짱박혀 있는 유로파버스 오피스에 갔다. 로만티쉐~스트라쎄~ 티켓를 유레일로 할인해서 1인당 33유로씩에 샀다. 어라? 근데 이거, 왜 승객이 우리밖에 없냐. 아, 저기 몇명 더 있다.

... 3명 더 있었다. 중국인 여자 나홀로 여행객과, 홍콩인 커플 여행객.

으음. 좀있음 사람들 더 오겠지, 하면서 역 구경이나 할까 해서 역으로 들어 갔다. 어제 저녁을 엿같은 카레 때문에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탓인지, 배가 고팠다. 역에 샌드위치 무지 많이 팔았다. 독일 샌드위치... 유명한가?;;

근데 또 돈 아낄려고 두개는 못사겠드라고. 한개에 3유로씩 하는데. 마실것도 사야 되고. 그래서 길쭉한 샌드위치 하나 사서 원숭이랑 나눠 먹었지. ... 근데 거기에 고기가 전혀 안들어 있더라고. 치즈랑 뭐 배추 같은거만 막 들어 있었다. 어쩐지 싸더라. 그래도 맛있었다. 사실, 유럽에서 먹은 샌드위치 중에 그게 젤 맛있었다. 사먹은건 그거랑, 이탈리아의 바티칸 옆에 있는 구루마에서 사먹은 거랑 아마 그렇게 두 번 일거다. 나머지는 만들어 먹었고.

그거, 차에서 먹기로 하고 좀 노닥거리다가 8시쫌 가까워 져서 버스를 타러 갔는데 말이지.

승객이 전혀 안늘어 있더라고. 여전히 우리까지 합해서 다섯명.

이 버스, 이래갖고 장사 되나. 나는 또 우리가 로맨틱 가도를 탄 마지막 승객이 되면 재밌겠다는 망상을 했다.

버스가 드디어 출발한다.

그저 그런 고속도로로 들어가길래, 이거 33유로나 줬는데 퓌센까지 그냥 가는거 아냐? 라고 잠시 생각하긴 했지. 솔직히 3유로 짜리 샌드위치도 아까워서 못사먹는데, 33유로 짜리 버스 타는거, 엄청난 투자잖아. 재미 없기만 해 봐라.

재미 없음 어쩔 건데? ... 뭐 어쩔 수 없지.

첫번째 마을에 버스가 정차했다.

으응. 이런식으로 버스가 정차했다 다시 출발하고 해서 퓌센까지 가는 거구나. 그런데 정차시간이 짧으면 15분, 길어야 2시간이다. 이래갖곤 그저 마을 정취나 대충 살피고 가장 중요한 관광지만 돌아보고 오는 수 밖에 없겠네. 그런데 이런거 아님 언제 이런 독일의 작은 마을에 한번 돌아 보겠어. 그러니까 꽤 괜찮은 관광이라고 생각해.

처음 정차한 마을의 이름은 Wurzburg.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 Tauber의 도시는 University and congress city어쩌고 저쩌고 했다. 왼편을 보면 어쩌고저쩌고, 오른편을 보면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식으로. 안내 방송은 독어, 영어, 중국어로 나왔다.

아하, 이거 해 줄려고 아까 운전기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봤었구나. 한국, 이라 그러니까 아아, 한국은 없어. 뭐 이렇게 말하고 갔었던게 이거였군. 이런곳에서 까지 약소국민의 설움이 느껴진다. 중국어도 틀어주고 일본어도 틀어주는데. 우리나라 인간들에 요즘 여행간다고 유럽에다 돈을 얼마나 뿌리고 가는데!!! 고마운줄 알아야 할것 아니야. 서양인들 한국말좀 배워라.

운전기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독일은 운전기사도 독일인간 처럼 생겼다. 키 크고, 코크고, 독일식 금발머리에 단정하게 셔츠위에 니트 입고.

어쨌거나 버스가 정차하긴했는데, 정차 시간이 15분이란다. 뭐하라고. 화장실이나 갔다오면 딱 되겠네. ... 그래서 화장실을 갔다. 근데 이게 뭐야. 화장실 진짜 드럽다. 치사하단 얘기다. 유료다. 유료. 무슨 터미널 화장실이 유료니. 그래서 안간다 해주고 나왔지. 화장실 참아서 아낀 돈으로 과자 사 먹었다. 무슨 칩 종류였는데, 3유로나 했다. 조그만 것이. ...게다가 맛도 있었다. 이런게 젤 나빠. 조그맣고, 비싸고, 맛있는거. 과자는 그러면 안돼.

터미널 앞에서 사진하나 찍어 주고,

Wurzburg의 터미널 앞

다시 버스에 올랐더니 양키 여자 둘을 비롯한 몇명이 더 타 있다. 중간 정차지점에서도 탈수 있구나. 드디어 이 버스의 시스템을 이해했다.

... 뭔지도 모르고 탔단 말이야.

사람이 더 탔거나 말거나 이 버스의 총 인원은 기사까지 합해서 열명이 안된다. 좋구나. 조용하고.

자, 버스가 다시 출발 했다.

다시 고속도로 같은 곳에 올랐는데, 이것이 아우토반이라면 좀 실망. 버스도 100km이상 달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도 아우토반에 오르니, 다시 내 로망이 떠올라서 원숭이에게 얘기 했다. 언젠가는 내 노란색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를 몰고 독일의 아우토반을 300km로 질주 할 거라고. ... 별 대답은 없었지만 표정에서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묻어났다. 표정관리 좀 하지.

근데 이 strasse, 너무 이쁜거라. 한국땅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이것이 롬바르디아 평원인가!

- 라고 생각하는 순간, 멍청아,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에 있어. 라고. 도대체 내 안에 바보와 찌질이는 몇이나 들어앉아 있는 걸까. 하여튼 두 부류가 항상 속에서 시끄럽다. 바보가 장악하는 시기에는 스스로 바보가 되어서 일이 되든 안되든 헬렐레 좋아좋아 이러고 찌질이가 장악하는 시기에는 무조건 잘 해 볼거라고 하루종일 걱정하면서 징징 거리고. 참 살기 힘들다, 힘들어.

하여튼 독일의 평원은, 정말 축복받은 곳이다. 여름 하늘도 너무 예쁘고 구름까지 그림같다. 뭐, 방금 태풍이 지나간 지금의 우리동네 하늘도 푸르고 예쁘긴 하다. 그래도 평원이 같이 어우러진 멋진 하늘은 아무데서나 볼 수 없을것 같은 풍경이었다.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독일의 평원 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지평선

원숭이랑 둘이서 멋지다, 예쁘다를 연발하다가. 어느 새, 자고 있었다.

나중 이야기지만, '로맨틱 가도의 도로, 정말 멋지지 않아?' 라고 했을때 자꾸 '계속 잤으면서..'라고 대답한다. 자기도 잤으면서. 체엣.

잔다 자.

내가 자는 동안에도 버스는 혼자 달려서, 어디어디를 지날 때 마다 안내 방송을 내 보내고, 난 그런 방송이 나올때 마다 잠시 눈을 떴다가, 다섯 마디쯤 듣고는 다시 골아떨어져 버리고. 결국은 안내방송을 듣고 다시 잘 수 없는 곳에 다다랐다. 차에서 내려야 했단 말이지.

weikersheim!!

Weikersheim!

차 타고 가는 내내 운전기사가 승객들에게 돈 내라고 강요한건 전혀 없었는데, 이번엔 성을 보려면 돈 준비하라고 했다. 여긴 뭐 볼게 좀 있나 보지? 선뜻 입장료를 낼 생각이 든걸 보면, 1유로도 안했던 모양이다. 이런 후진 곳, 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면 여튼 전혀 듣도보도 못한 곳에도 관광객이 구경하면 좋을 만큼의 성이 있구나. 역시 유럽은 문화적 유산이 풍부해. 복받은 곳이라니까.



여기 성 자체는 멋진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왜냐면 안들어 가봤으니까. 정원은 참 예뻤다. 이 정도면 에버랜드의 장미축제하는 정원은 울고 가겠어. 누가 조각했는지 별로 알 필요는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석상도 여기저기 있고,

statue

나름대로 좋은 분수도 있었다.

fountain

정원에는 정원사들이 나무를 손질하고, 잡초를 뽑고 있었고, 사이로 나있는 흙 길에는 유럽 할머니 관광단이 왔다 갔다 했다. 노인들의 관광지인가...

전혀 휘양찬란 하진 않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돈참 많이 들었겠다고 생각 할 수 있는 정도의 성이었다.

소박한 마을에 그런게 있으니 나름대로 괜찮았다. 정원도 참 운치 있었고.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버스가 떠나면서 멀어지는 마을의 풍경또한 그림 같았다. 저런 이쁜 빨간지붕의 마을, 우리나라에는 만들수 없나. 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주택 마을의 풍경을 떠올렸더니, 여기저기 사각 콘크리트 주택이 늘어선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Rottingen과 Creglingen 같은 마을에 잠시 정차를 하고 다시 버스는 출발 했다. Creglingen 쯤에 골무 무슨 교회와 골무 박물관을 둘렀봤다. 골무 박물관은 돈내는 곳일 것 같아서, 게다가 별로 시간도 없어서 가다 말았다. 그래도 구리로 만든 용이 골무를 물고 집 문앞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골무를 문 용이라.

드디어 2시간 짜리 정차 구간인 Rothenburg에 도착!

그림같은 마을, rothenburg

하기전에 좀 멀리, 마을의 풍경이 그림처럼 보이는 곳에 운전기사가 차를 세운다. 사진들 찍으세요. 그리고 보니, 여기 사진찍기 딱 좋네. 별거 아니였지만 이런거 해 주니까 역시 로맨틱 가도, 뭔가 달라 보인다.

monkey monkey monkey

근데 왜 여기만 2시간을 정차하는가. 하고 보니까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여기서 차를 갈아 타기도 하고 그러더라고. 그냥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우리도 대충 구경하고 점심이나 먹을까 해서 지도를 그냥 힐끗 보고 여기쯤이겠거니 하고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10분을 걸어도 지도에 표시된 길이 하나도 안나오는 거라.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더라고. 그래도 집들이 뭐랄까, 동화에나 나올법한 집들이 너무 예쁘게 골목을 만들고 있어서 헤매면서도 기분 좋았다. 어딘지도 모르고 중요하지도 않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길 헤매기 30분째

근데 와중에 NOMAD라는 대형 슈퍼가 보였지. 아! 여기 이런게 있나 싶어서 물이나 사고 점심이나 해결할까 하고 들어갔는데. 무지 쌌다!!! 우와! 이거 정말 복권 당첨된 기분 처럼, 물 1.5리터 여섯팩이 2유로도 안하고. 그래서 여태까지 먹고 싶었던 과자랑, 음료수랑 사고, 저녁에 샌드위치 만들어 먹을 빵, 햄, 까망베르 치즈랑 물을 샀다. 그렇게 다 샀는데도 4유료가 안나오더라구. 감격했다.

푸짐한 NOMAD비닐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와서 다시 길을 헤매기 시작하는데, 가뜩이나 동네도 사랑스러운데다가 먹을것 마저 싸게 사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동네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시간이 애들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라 학생들이 여기저기 돌아 다녔는데, 조그만 애들은 서양 애들은 정말 이쁘더라. 그런데 한 13살쯤 된 애들은 이미 어른이 다 되어 있었다. ... 길거리에서 막 뽀뽀도 하고.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발랑 까져갖고. 담배피고 뽀뽀하고. ...엉덩이좀 맞아야 겠던데? 요점은 그게 아니라, 동네가 무척이나 좋아보여서, 혹시 기회가 된다면 이런동네에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단 거다.

이제 헤매기 시작한지가 30분 쯤 넘었으니, 정말 뭔가 잘못됐단걸 알아 차렸지.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도를 제대로 봤더니, 역시 거긴 사람 사는 마을이고 관광지는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인거라. 한시간 좀 넘게 남았는데, 갔다와도 되겠지 해서 갔다. 가는 길에 현금카드 문제 때문에 원숭이 사촌형한테 전화하고.

맞는 길로 조금 걸어가니까 성벽 같은게 나오고 들어가는 커다란 문이 보인다. 크~ 이거구나. 여태껏 들렀던 다른 마을들보다 거창하네. 예전 '카멜롯의 전설'라든지 하는 만화나 영화(저 제목은 만화랑 영화 둘 다 있었지.)를 보면 중세 성은 다들 주변에 깊이 파인 물구덩이로 막혀 있고, 커다란 성문이 내려올때만 그 성문 위를 걸어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되어 있잖나. 그게 여기 있더라는 거지. 물은 지지리도 드러워서 썩어들어가고 있었지만. 저런물에 빠질까 겁났다.

중세마을, rothenburg 사진좀 그만 찍어

성문을 들어가니까 이건 또 다른 세상인데. 와, 정말 무슨 중세에 온것 처럼! 도로가 돌길인건 기본이고 집들이 다 로맨틱 했다. 골목골목.

시청인가? 끄응

좀 걸어 들어가니 커다란 성당도 있고. 거기서 사진 찍었다.

쪼그린 사진

아쉬운건, 시간이 별로 없어서 더 이상 들어 가 볼 수 없다는 거였다. 몇몇 중요한 스팟이라고 지도에 찍혀 있는 곳들은 구경도 못해보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나중에 또 원숭이씨랑 유럽을 가게 되면, 로맨틱 가도를 타서, 로텐 부르그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아니, 그땐 렌트카를 해야 겠다.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 보니 점심을 안먹었더라구. 그래서 뭘 좀 사먹을까 하다가 시간이 없기에 패스트 푸드점 같은데서 햄버거 하나랑, 생선튀김 같은거 하나를 사서 버스 타는데 돌아갔더니 출발하기 2분전. 음. 시간 참 딱딱 맞춰서 다닌다.

아, 배고프다. 하면서 사온걸 딱 먹을려던 찰나. 운전기사가 핫 푸드는 안된다고 뭐라뭐라 한다. 다행이 우리가 먹는건 못보고 앞에 앉아 있던 홍콩 커플이 무슨 샌드위치 같은걸 먹다가 걸렸다. ㅋㅋ 그래서 당장 먹던거 봉지에 넣어놓고 모른척 했다. 그리고 차가 출발하고 나서 다시 먹었지. 배고플때 먹어서인지, 뭔가 많이 맛있었다. 한국에선 먹지도 않던 생선튀김을...

오전 거의 내내 잤음에도 불구하고 오후는 오전보다 더 피곤했다. 진짜 체력도 없나봐. 아님 그냥 게으른걸까.

오후에도 날씨는 무지 좋았고, 이 로맨틱 가도 위의 독일 마을들은 하나같이 그림 같았다.

지금은 어딘지도 생각나지 않는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가다가 버켄스탁이 보이면 또 혹해서 가게에 기웃거리고. 착해빠진 원숭이는 그런거 징징 거리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가 먼저 저기 버켄스탁 파는지 봐봐.. 이렇게. ㅋ.

오후에도 세 군대 정도 정차한것 같은데, 그냥 다 마을이고, 15분, 20분씩 정차해서 잘 기억 나지 않는게 대부분이고.

그나마 기억나는 마을은 Dinkelsbuhl정도. 여기서 아마 이 사진을 찍었을 거다.

내차 내건물들

그리고 Nordlingen!

참 특이한 마을이었다. 마을 전체가 요새처럼,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에는 St. George라는 커다란 교회가 있었고. 그 앞엔 분수도 있었고.

nordlingen의 분수

아무생각 없이 돌아 다니다가, 욕봤다. 길이 원형이라서 방향 감각이 무뎌졌다. 차 떠날 시간 다 됐는데, 우린 우리가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태가 발생, 미친듯이 뛰어다니다 교회의 첨탑을 보고 가까스로 방향을 잡고 돌아 온길로 다시가서 버스를 탔다. ... 원형의 동네는 위험하다. 하지만 보기에 정말 멋진 곳이다. 사람 사는 마을의 정취도 있었고.


이 여행도 이제 끝이 보인다.

아직 브로셔에 표시되어 있는 지점은 몇군데 더 있지만 퓌센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이라고 써 있는걸로 봐선, 나머지 지점은 그냥 패스하면서 방송이나 틀어 주겠구나 짐작 했다. 역시 그랬다. 언덕의 등성에 성이 있는 한국의 시골같은 느낌이 조금 나는 마을을 지나니, 이제 주변 풍경도 아까와 같은 쭉 뻗은 지평선의 그림같은 풍경보다는 좀 못해지고, 뭔가 한국의 촌마을 같은 느낌도 나는 그런 농촌으로 바꼈다.

완전 중세 마을의 느낌이 나는 어떤곳을 지나, 버스는 마지막으로 Augsburg에 도착.

여기도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참 중요한 도시라고 하는데, 이 로맨틱 가도의 테마가 동화 같은 작은 중세 도시들이다 보니까, 그 이미지에는 걸맞지 않아서 감흥이 별로 없었다. 그저 여기는 사람들 많이 사는 도시 같구나. 그런 느낌. 역 맞은 편에 맥도날드도 있었고. 아마 거기서 3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을 거다. 1000원 정도 한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싼 아이스크림, 유럽에선 못먹어 본다. 파리에선 1 scoop에 3유로씩 하는 걸.

자. 이제 Fussen이다. 얼마 안남았네.

오늘 참, 덕분에 즐거웠어요. 로맨틱 가도, 탈만하네. 하루종일 코스지만 시차 적응 못한거 쉬면서 체력 보충도 되고, 시차 적응에 도움도 되고, 곳곳에 볼것 많은 괜찮은 코스였다.

독일이 이렇게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였다는 미쳐 몰랐던 사실도 눈으로 보고 알게 됐고.



도착했다.

이제 마지막 정차역 퓌센. 로맨틱 가도 최남단, 독일에서도 어쩌면 최남단의 알프스 산맥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올까 말까 망설였지만, 독일 가면 다 디즈니 성의 모델이 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본다고 해서. -_-;

내리니까 8시다. 남쪽인 만큼 여긴 프랑크푸르트보다 해가 빨리지겠지. 우리 빨리 숙소 구하고 쉬자! 응! .. 이러면서 차에서 내려 무작정 집들이 많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 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숙소를 별 무리없이 구해서, 여기도 쉽게 생각했던게 문제였다. 게다가 숙소 안내해 주는 자동화 기기가 있고, 이 기기에서 안내해 주는 숙소들이 하나같이 쌌다. 우와.. 여기 좋다. 라고 생각하고 몇군대를 뽑아서 찾아 나서는데, 지도에 아무리 찾아도 그 길이 없는 거라.

눈물없인 볼 수 없는 퓌센의 지도

난감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는데, Fussen Hopen am See면, 여기선 차로 가야하는 거리라고 했다. 스위스에서 온 사람들인지 독어와 불어밖에 못한다고, 영어는 못알아 듣는다고 해서. 좀 난감했다.

불어 할 줄 아냐고 물어봤는데 무작정 '조금요' 하고 말하고 나니까, 불어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거라. 정말 체면 안서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그때 말해야 했던 문장들 정말 쉽게 생각이 나는데. ... 좀 늦었지?

그 친절한 부부는 자기네들이 차 태워 주겠다고 같이 가자고 막 그랬지만, 우린 내일 아침에도 돌아와야 하니까... 끄응. 고맙지만 괜찮아요 하고 왔다.

지도에 표시된 곳을 한 두군데 찾아 갔더니, 아예 손님을 안받고 있고, 아님 아예 찾을 수가 없고. 그랬다...

끄응. 그러는 사이에 해가 진다. 이 마을, 알프스 산자락이라 좀 춥고, 으스스하고, 밤되니까 뭔가 스산하다. 무섭다. 여기도 조용해서 죽어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발은 아파 죽겠고, 점점 해는 져서 무서워지고. 숙소는 여전히 못구하고 있고. 그렇게 또 반대편으로 걸어갔는데 bed&breakfast가 하나 보여서 벨을 눌러 봤더니 이제 방이 없단다. 아. 드디어 fussen 유스호스텔도 찾았다!

지금 몇시야? 10시 05분.

유스호스텔 10시 이후에 사람 안받는다.

...

이제 정말 난감하다. 날은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서 더이상 돌아다니기도 힘든 상황이 됐고, 11시가 다 되어서 손님을 받는 숙소도 많을리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둘다 짜증이 났다.

나로서는 싼 숙소를 구해 보려고한게 이렇게 되었으니 무기력해 지고, 기분도 나빠졌고. 원숭이로써는 아까 부터 계속 좀 비싸도 호텔가자고 했는데 내가 듣지도 않았다느니 해서 화가 났고.

결국 난또 그말 듣지도 않고 '밤 샐수 있는 기차 코스 없어?' 라는 말 꺼냈다가 원숭이가 폭발해서 빈정거렸다.

유럽여행 최악의 밤이었지.

잘곳은 없지, 원숭이는 화나고, 나도 미칠지경이고. 결국 또 징징거렸지.

앉아 있는 원숭이를 놔두고 혼자 숙소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울면서. -_-

내딴엔 원숭이가 당연히 따라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무거울까봐 원숭이 짐을 몇개 들고 갔는데, 안따라오는 것이었다. 결국 그것들을 들고 혼자 퓌센의 밤거리를 돌아 다녔다. 그리고 눈물겹게 숙소를 구해서(그나저나, 이놈의 숙소 무지 비쌌다. 여러모로 눈물이 흘렀지.) 원숭이가 앉아있던 벤치로 돌아갔더니;; 다음에 갈때는 자기 짐은 좀 놔 두고 가라고....

ㅠ_ㅠ 아. 이건 진짜 서러웠다.

그래서 또 울먹울먹하다가 결국 또 막 울어버렸다. 정말 최악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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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a life is like a journey searching for the hidden tresures for myself. For, the life is full of SERENDIPITY."

  • NAME : Baek, Jiwon
  • LOCATION : Seoul, Korea
  • AGE : 21
  • OCCUPATION: A Stu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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