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5일 화요일 아침 10:10 am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여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 아. 정말 오긴 왔다.
근데 뭐, 사통팔달 유럽 교통의 중심이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에 비해 그렇게 웅장하거나 하진 않네. 그냥 공항이네.
뭐,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 청사까지 버스타고 한 오분 정도 가긴 했지만...
일단 청사에 딱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독일 이군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독일 인간들 크다. 키도 크고 코도 크고.
또 한국 촌사람티 팍팍 내면서,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EU 회원국 줄에 섰다. 가 다시 눈치 때리고 줄을 옮겨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 처음부터 이렇게 촌티를 내면 도둑놈들이 줄을 선다.
먼저 집에다 전화를 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원숭이도 그렇게 하자고 해서, 공중 전화를 찾아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월드폰플러스카드를 꺼냈다. 근데 어떻게 쓰는건지 몰랐다. ... 전화기 앞에서 한 10분정도 서 있었나. 가이드 책자 읽고 카드 뒷면에 써 있는것 보고 그렇게 겨우 집에 전화를 했네. 그랬더니 엄마가 무슨 비행기가 그렇게 오랬동안 가냐고. 앞으로 3일에 한번씩 전화해라. 그랬다. 알았다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이지만, 여행 내내 3번 정도 전화했나...
아무래도 공항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 프랑크푸르트 도심으로 진출을 해 보려고 지하철을 시도했다. 독일 지하철은 die bahn. 줄여서 DB. U-Bahn과 S-Bahn이 있는데, 둘중 하나는 국영이라 유레일패스가 있음 표를 안 끊어도 된다. 근데, 어느게 국영이더라...
그나마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창원만큼 작아터진 동네라,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어요. 지하철 왜 뚫었는지. 돈이 남아 도나. 지하철에, 버스에, 트램에...
그나저나, 표를 어떻게 사야 하는 건지. 온통 독일어니 알아 먹을 수가 있어야죠. 형광생 조끼를 입은 키크고 대머리 도우미가 와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에요. 쉽죠? 이러면서 갔는데, 전혀 안쉬웠다. -_- 새끼. 제대로좀 가르쳐 주지. 궁리끝에, 겨우 표를 끊어서 독일 인간들한테 이거 반호프까지 가는거 맞죠? 하고 물어서 확인 사살까지 했다.
가이드 북에, 독일의 지하철은 검표기가 없으니 직접 펀칭을 해야 하는데, 펀칭을 안한 표를 들고 타면 불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원숭이 한테 그랬지. "이거, 펀칭해야 되는거야." 아는 척 하면서 말하니까 좀 우쭐해 지더군. 근데 언제 바꼈는지, 표에 시간이 찍혀 나와서, 요즘 펀칭 같은거 필요 없댄다.
이때 부터 Easy Europe이라는 가이드 북이 망할 책이라는 것을 조금씩 예감 했다. ... 5년전의 정보를 싣고온 여행천하. 말할 것도 없고.
독일 인간들, 친절했다. 전철에 겨우 타서, 안내 방송이 독일어로 나와 이거 어떻게 내리나..하고 난감해 하고 있는데,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자기가 반호프역까지 가서 알려 주겠다고 자진해서 도와 주시더라고. 땡큐, 하면서 잘먹겠습니다 했지. 뭐 우린 여행 왔다, 자긴 프랑크푸르트 산다, 이런 얘기 했는데, 쪼그만 동양애들 둘이 앞에서 신나하고 폰카 찍고 막 그러니까 귀여웠나. 하긴, 우리가 좀 귀엽긴 하...나.
할아버지랑 같이 반호프 역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하고는 갈길 갔는데, 도저히 어느 출구로 나가는 건지 모르겠더라는 거지. 지도도 없고. 전철역이 기본이 안돼 있어, 기본이.
근데, 우리 어디 가는데?
... 갈데 없지. 숙소를 정해 놓고 왔나, 일정을 정해 놓고 왔나. 일단 피씨방 부터 가서 동양철학 레폿을 보낼라고 하는데, 피씨방이 한시간에 2유로 더라구. 2유로면 대략 3000원이냐. 끄응. 더 싼데 있을 것 같아서 거기서 안했다.
숙소 부터 잡을라고 땡볕에 한 1시간 30분 정도 돌아 다닌 것 같다. 첨엔 멋도 모르고 호텔 같은데 들어 갔는데, 최소 70유로 하는 거라. 5년전 책자에는 한화로 계산했을때 3-4만원 정도 했거등. 근데 10만원 내노라고 하니까 그렇게는 못하지. 결국 둘이 합쳐서 45유로 짜리 숙소 아침안먹겠다고 해서 40유로에 짐풀었다. 유럽 돌면서 안 건데, 1인당 20유로 이하 하는 유스호스텔은 진짜 못찾겠더군. 비수기에 그나마 관광객 덜 붐비는 프랑크푸르트라 그나마 싸게 준건가.
근데, 관광객이 덜 붐비는 이유를 알겠더라고.
별로 볼 게 없거등.
프랑크푸르트 시내 구경 시작하기도 전에 원숭이랑 묘하게 신경전이 일었다. 난 이런거 죄다 처음이라 신나 죽겠거든. 원숭이랑 같이가서 더 신나고. 근데 갑자기 원숭이가 기분이 로우한거라. ... 나랑 와서 별로 않좋나 했지. 그래서 말좀 자제하고, 신나는거 좀 자제 했더니, 덩달아 기분이 로우 해 져서. 카이져돔 보고나서 자일 거리 까지 둘이 말도 안했지.
웃기는 일이야. 지금 생각해 보면.
기분이 아직은 덜 나쁠때, 투어를 시작하려고 길을 나섰다. 횡단 보도를 건너는데, 빌딩이랑 하늘이랑 공원이 너무 보기 좋더군. 정말 그렇게 덥지도 않은 최상의 날씨였다.
근데, 생각이 났다. 우리 내일 아침에 로맨틱가도 탈려면 지금 예약해야 되지 않아? 근데 이미 역에서 많이 머네... 그래서 다시 역을로 돌아가, 어째 하다가 감정이 자극을 받아 더 로우 해 져 버렸던 것 같다. 결국 돌아가서 예약을 하고, 내일부터 유레일 개시를 하겠다고 하고 왔다. 근데 유로라인 오피스에서 로만티쉐~ 스트라쎄~를 예약 하고 싶다고 하니까 "풉, 그걸 예약을 왜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그거 그냥 내일 아침 7시 까지 여기로 오면 돼요~" 이랬다. -_- 네.
아참, 그 전에, 유레일을 개시하는데, 직원이 개새끼였다. "뮌헨에서 23시에 출발하는 쿠셋을 예약하고 싶다." 했더니 "어디?" 그래서 "뮌헨." "어디?" "뭰헨이냐?" ... "아! 뮈니크" 이러는거 아니냐. 그러면서 "크크크크 뮌헨이 뭐냐 뮌헨이." 뭐 이러더라고. munchen 이라고 쓰잖아. 그거, 영어냐 독일어냐. 어쨌거나 너 둘중에 하난 제대로 못한 다는 거네. 그래놓고 뭐 예약 받는 다고 앉아 있어. 그리고 "몇시?" 그래서 "23시" 라고 했더니 "노노노~ 오후 11시" -_-그거나 그거나.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나에게 영어 등급을 6등급을 주더군. 확. 한대 치려다가 독일에서 바로 송환될까봐 성질 좀 죽였다.
음. 이제 다시 아까 그 횡단 보도로 되돌아 가서 본격적으로 투어를 좀 해 볼까 해서 시내로 들어갔다. 뭐 부터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시청사 비슷한 건물이었을 텐데. .. 아참, 시청사는 아니고 뭔 church인지 성당인지 하는 거였는데 대충 볼게 없었고, 시청사에 갔을 때에는 이게 완전 공사중이라 들어오지 말라 그러더라구. 드러워서 안간다 했지.
그리고 좀 더 들어가서 괴테 하우스에 갔다. 이래뵈도 고등학교때 괴테의 빠순이어서 스토킹을 위해 괴테 오빠의 전기를 읽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세번 읽고, 괴테의 유럽기행 이런거에 감명받고 그랬었거든. (그런 딱딱한 문체의 기행문, 지금은 아마 안 읽겠지만.) 괴테 오빠 잘은 모르지만 무지 고지식하고 고고한 사람이라, 그런게 좋았던건가. 게다가 우리가 이니셜이 같거든. J.W. von Goethe. 운명이라 생각했었지. 어쨌든간에 지금, 그짓 관둔지 오래 되어서인지, 괴테하우스... 돈 없어서 안들어 갔다. 그나마 없던 문화적 소양, 아예 없어져 간다.
그래도 말이야, 괴테씨 살던데 같이 한번 있어봤으니 됐잖아.
그러고 광장을 돌았다. 뭔 광장인지 지금은 기억 안나도.
이거 집에 와서 보니까 몇년전에 누구에게선가 받은 프랑크푸르트 엽서가 있는데, 이 광장이랑 카이져돔, 마인강이 보인다. 요즘은 혼자 벽에 붙인 엽서 보면서 "어, 나 저기 가봤는데." 말하면서 자족하고 있다. .... 싸이코?
다음 코스는 무지 사진 많이 찍은 카이져돔.
첫번째 교회 room은 AD 680에 지어져서, 1415년에 다시 탑을 짓고 1867년에 완성 했다. 고 갖고온 안내 브로셔에 적혀 있군.
모든 니치니, 벽감이니 하는 것들 앞에 kein zurritt인가 뭔가가 써 있었는데, 그게 제작자 이름일거라 생각하고 안내원에게 kein zurritt가 누구냐 물어봤지. 그랬더니 안내원이 "들어가지 마시오" 라더라구. ... 부끄러웠다.
와중에 원숭이랑 둘이 삐져서 말도 안했다. 따로 돌아다녔지. 성당안을. 뭐하나 봤더니, 성금함에 천원짜리가 막 있다고, 좋아하면서 그거 카메라로 찍고 있더군.... 귀엽다니까요. 나중엔 화 풀려서 카이져돔 안에서 나 혼자 안내인 한테 이야기 듣고 그랬다고 투덜투덜 했다. ㅋㅋㅋ.
돔을 나와서, 그 유명한 자일 거리를 갔다. ...유명한가? 어쨌거나. 독일가면 버켄스탁이 동네 쓰레빠값이래서 샌들이나 쓰레빠를 안 사 왔거든. 그래서 버켄스탁을 살려고 뒤졌는데, 잘 없더라고. 버켄스탁이 모조품 BioTree는 신물나게 봤다.
여기 무슨 몰 안인데, 여기도 BioTree 많았지. 여기서 쉬다가 원숭이랑 화해 했어. 다시 기분 좋아졌다. 무지.
자일 거리는 이렇게 생겼다.
쭉~ 쇼핑가였다. 그리고 거기서 CitiBank도 발견했다. 예~ 돈뽑으까? ... 안뽑아지네? -_- 응. 카드에 결함이 있나. 큰일 났다. 이거 믿고 왔는데 말이지. 근데 당장 시간은 한국은 새벽이라, 전화도 못하겠거등. 그래서 다음 날 전화 하기로 하고 일단은 돈을 아끼기로 했다.
자일 거리를 막 돌아 다녔다.
돌아다니다 분수 앞에서 사진도 찍어 주고.
아참, 대형 마트가 싸다고 해서, 지금은 이름 생각 안나는 백화점 지하에 있는 마트에 들어갔는데, 별로 안싸더라고. 근데 신기한건, 쿠우의 번식력이 독일에 까지 미쳤다는 거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보니 오후가 갔다. 저녁은 먹어야 겠고, 돈은 없고. 그래서 진짜 싼 (게 3유로.) 카레집을 찾아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갖고 와서 보니,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카레였다. 벌레같은 길쭉길쭉한 열대지방 쌀 하며. 누렇게 색이 변한 닭고기하며. 토나오는 인도 카레의 향.
... 유럽에서 먹은 식사중 워스트였다 고 단언할 수 있다.
행복한 저녁은 포기하고, 느긋하게 쉬기나 했다. 아.. 좋다. 진짜로. 이렇게 여행이라면, 난 아마 영원히 집에 가고 싶지 않을 거다.
조금 자다가 깨어서, 알람 시계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 해서 밖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늦어도 8시일거라 생각 했는데, 11시가 넘었더라구. 가게 다 닫았지 뭐. 결국 알람 시계는 못사고, 밤 길거리를 배회했다.
산책 하면서, 마인강 까지 걸어 갔다. 발 무지 아팠지만.
좀 춥고, 또 둘이 같이 걸으니까 독일 인간들이 "워~" "이히~" 뭐 이런 이상한 소리 냈지만, 기분 참 좋았다. 나중에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그런 강변 산책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따라 유로 2004 조별 예선 독일전이 있어서 거리에 술마시면서 축구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는 그 묘미를 알지못하기도 했고 둘이 강바람 맞으면서 산책하는 너무 좋아서 유로 2004, 잊고 있었다. ^^
이렇게 보낸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