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4일 월요일
세생 시험이 끝났다.
나름대로 중요하고 힘든 시험이었지만, 끝난 순간에 그 참담할 지도 모르는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유도 없었고.
4시에,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직접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을 가는 건 처음이다. 기분이 좋다. 날씨도 너무 좋다. 정말 기분이 좋다. 마음이 들뜬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 정말 오늘 출국 하는거니?
인천공항.
출국 수속을 했다. 모든게 처음이라, 도대체 비행기를 어떻게 타는 건지 알수가 있어야지. 촌스럽다고해도... 뭐, 보딩패스 끊는데도 여행 안내 책자를 보고 따라 했으니, 말 다했지. 베트남 항공의 데스크는 없어서, 코드 쉐어를 하는 대한항공 데스크에 낑겨서 보딩패스를 받았다. 그런데 이 데스크의 여자, 베트남 항공 타고 유럽여행 간다고 했더니 "어머, 그렇게 돌아 가세요? 호호호"
... 놀리냐? 하긴, 돌아가긴 했지. 인천에서 저녁 7시에 출발, 밤 10시쯤 해서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다음에 다시 1시쯤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고, 다음날 아침 8시쯤 도착해서, 다시 9시쯤에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갈아타고 11시경에 프랑크푸르트 도착했으니까.
그래도 말이야. 전혀 멀지 않았어. 전혀 길지도 않았고. ... 기내식도 다섯번이나 먹을 수 있었다구. 한번은 자느라 놓쳤지만 말이야. 그리고 모르긴 해도, 원숭이랑 그렇게 오래 같이 앉아 있을 기회도 잘 없을 거야.
인천에서 하노이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모닝캄에 있는 라오콘 군상 사진의 균열을 보고 마음이 아프단 생각을 했다. 기내식이 chicken with rice가 나왔는데, 많이 신났었는지, 메모장에 적어 놓았군... 그리고 우리 원숭이 눈 아야 했다.... 비행기 많이 갈아 탔는데, 착륙 할때마다 아파해서, 괜히 싼거 타서 많이 갈아 타서 더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우리 원숭이 말야, 피곤했는지 계속 잘 자더라고. 위에 사진은 하노이 공항에서 환승하기 위해서 기다리다 잠든 모습인데, 원숭이 배게 해 주느라 다리는 저렸지만 귀엽더라고. 자는 모습이.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참 좋아하는 영화다... 가 아니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난 이탈리아와 덴마크의 유로 2004 조별 예선 리그를 관람 했었지. 하지만 인자기가 나오지 않아서, 속으로 트랍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결국 트랍 영감탱이, 이번 유로 2004후에 짤렸지. 여담인데, 왜 그 영감 2002 월드컵 이후에 안짤렸는지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그땐 심판의 편파판정도 약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영감이 히딩크한테 진건데. 자만해 갖고는.
하노이 공항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주 무서운 곳이었다. 인민군 복장...비슷한걸 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짝을 지어서 돌아다닌다. 표정도 딱딱하고 말이야. 꼭 얼굴이 "이건 또 어디서 굴러 먹던 것들이야? 왜 왔어?" 이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았지. 그것도 밤 12시에. 여기서 죽어나가도, 아무도 신경 안쓸것 같았다.
근데 사실 베트남 항공 직원들은 무지 고마운 사람들로 판명 났다.
인천공항의 멍청한 대한항공 여자가 보딩 패스를 모스크바에서 갈아타는걸 안주고 똑같은것만 두개 찍어 준거라. 그래서 베트남 항공 직원이 처리 해 줬다. 안경끼고 깐깐하게 생긴 사람이라 안해줄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막 말도 걸어주고 그러더라고.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aral sea와 근처의 황원을 감상했다. 지구에 이런 부분이 있다니. 전혀 생명체가 살지 않을 것 같은 화성 표면 같은 곳이었다. 아. 비행기 좋다. 아... 여행 좋다. 이런거 마음껏 볼 수 있었음 좋겠다.
모스크바행 비행기는 기내식을 세번이나 주는 멋진 곳이었다.
모스크바 공항에 내리면서, 여기 스탑오버 할 수 있었음 좋겠다. 라는 생각을 둘이서 했다. 시내 갔다 오고싶어~ 뭐 이렇게. 모스크바 공항의 특징은. ... security가 다들 여자라는 거다. 특징2는, 여잔데 등치가 한국 남자보다 크다는 거다. 한번 깔리면 죽겠는데?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할때, 옆의 초원 같은게 하늘과 구름과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결과는 고작 이렇지만.
상공에서 본 마을의 모습도 너무 신기했다. 집들이...집들이... 날씨도 너무 좋았고, 하얀 구름도 너무 예뻤다. 비행기 좋아~ ♡
아. 좀더 흥분 했다. 프랑크푸르트가 가까워 질수록 더 흥분했다. 기내식이 또 한번 나오면서 흥분은 극에 달했다.
방송이 나온다. we will be landing in a few minutes. FINALLY!
이제 정말 도착해서, 시작 되는 구나. 여행이.
20년 인생의 첫 여행이다. 아직은 실감안나고 좀 흥분은 했어도 생각만큼 감흥은 없고 얼떨떨한 기분이지만, 어떻게 될까? 앞으로의 한달. 설렌다. 기대된다. 걱정도 좀 되고.
그리고, 잘 부탁해요, 원숭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