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복궁 피크닉
시험이 끝나고 무지 마음 편한 일요일. 이런 날은 원래 과외도 안하는 거야.
뭘할까 하다가, 갑자기 '타코가 먹고싶어'라고 말해버려서 naver 지식인에서 타코를 하는 집을 검색했다. 이태원의 판쵸스; 라는 집이 나오는데,-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네이버 지식인은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정보 제공처 인것 같다.- 모처럼 강을 건너 그까지 가는데, 밥만먹고 오기 보다 뭔가 좀 소풍 같은 걸 가고 싶어서 밥을 먹고 경복궁을 가기로 했다.
이태원 '관광특구'는 정말 그의 말대로 '별로 다시 올 일이 없는 곳'이었다. 판쵸스에서 먹은 타코는 그저 타코란 이런 것이냐. 의 정도 였고, 그 가게 안에 있던 술취한 백인이 꼴사나웠단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일요일 낮에 외식이라니, 무척 간만의 일이라 - 아닌가?- 기분이 들떴다.
이태원엔 뭐가 있나 해서 쭉 걸어봤는데,
'시계 안필요해요?' '옷 안필요해요?' '가방 안필요해요?'
-_- '다필요 없어 이자식들아, 귀찮게 하지말고 꺼져'
라고 외쳐 주고 싶을 정도로 호객행위하는 노점상들만 쭉 늘어서 있었다. 그래도 즐거웠던건, 사실 내가 즐웠다기 보다 그가 즐겼던 것은 길에 놓여져 있던 나랑 전~혀 닮은 데라고는 없는 ET인형과, 요다 피규어 였다. 그래, ET가 이마좀 나오고 코 없고 발가락 짧다고 쳐. 그래도 안닮은건 안닮은 거다.
그리고 경복궁엘 갔다. 국립 민속 박물관과 경복궁이 붙어있길래, 박물관 입구를 통해서 들어갔더니 입장료를 받아 먹었다. 나쁜 것들. 입장료 내라고 표지판에도 안적어 놓고는. '입장료를 냈으니까 꼭 박물관을 봐야겠어' 라고 해서 - 으음. 좀더 산뜻한말 없었을까. - 박물관을 관람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다. 고등학교 국사의 review 현장이라고나 할까. 박물관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야만이들이 있길래 '저 무식한 것들.' 이라고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카메라 가져 올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앞뒤가 안맞는 인간이다. 어쨌든 뭔가 무지 재밌었다. - 왜 박물관 관람이 재밌을수 있을까?
나와서 경복궁 내를 거닐었다. 다리가 무척 아파서, 사실 다 둘러 보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나돌다가 경회루 앞에서 만원권 지폐한장을 꺼내갖고 '실물보다 그림이 낫네' 이러면서 지폐예술에 감탄하는 문화인의 모습을 보였다.
나와서 솜사탕을 먹었다. 정말 오랫만에 먹은 솜사탕이었는데, 사실 속으로 '혹시 누가 보고 다늙은게 솜사탕 뜯고 있네' 라고 할까봐 좀 두렵거나 그런 기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는걸 어떡하라고.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2시간을 걸었다. 뭔가 맛있는게 나올 것만 같았는데, 결국 삐에뜨로 앞에서 40퍼센트 할인권을 나눠 주길래 그걸 먹었다. ... 두시간을 걸었는데. 그래도 그 크램 리조또인가 뭔가랑 이름 모를 스파게티는 맛있었다. 고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볼까 해서 명동 CGV를 갔는데, 다 9시 30분에 시작하는 거라. 너무 늦잖아. 그래서 그냥 집에 와 버렸다. 둘다 완전 지쳐 버렸다. 하지만 무척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는데 나는. 아나따와?
3. 여의도에서 자전거 타는 법
먼저,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교를 빠져 나가서, 신세계 백화점 건너편의 정류장에서 30번 버스를 탄다. 이때 버스 카드가 조금 찢어 져 있으면 인식이 안되니 그냥 멀쩡한 카드로 두개를 찍는다. 버스를 타기 전에 아는 사람 두명과 마주쳐도 좋다.
버스가 여의도에 들어서면, 일단 봐서 아는 곳에서 대충 내린다. '다음 정류장은 여의도 중학교' 라고 해도, 여의도 중학교가 도대체 어딘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냥 63빌딩 쯤에서 내리고 본다. 그리고 30분쯤 걸으면 지도를 발견하고 앞으로 30분 정도 더 걸어야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잠시후에는 30번 버스가 바로 여의도 공원 앞에 서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때부터 걷는 것은 더 지치는 일이 되기 때문에 택시를 탄다. '-_- 걸을거야? 택시 타고 갈거야?' 라고 기사 아저씨가 물어보면 '그냥 타고 갈래요' 라고 말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한블록 가면 내려야 된다.
택시를 내려서 무지 긴 횡단보도를 건너면 거기가 여의도 공원이다.
도착하는 순간 또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인라인' or '자전거'? 별로 얘기 없이 자전거를 탔다. 또 선택의 문제가 생겼다. '일인용' or '이인용'? '난 이제 뭐 안정할래. 자기가 알아서해.' 라고 했다가 역효과를 봐서 '이인용 타고 싶어' 라고 해야만 했다. 사실 타고 싶긴 타고 싶었지만,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좀 힘든 일이다. 보통은 피력할 의견도 없기도 하고.
난생처음 타봤다. 둘이서 타는 자전거는. 이거 일인용보다 더 위험하잖아! 게다가 앞에 탄 사람이 무지 난폭하다. 난 사실 페달은 힘줘서 밟지 않았지만 흔들리는 자전거에서 균형을 유지하느라 몸의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아~ 또 지쳐버렸다. 두바퀴를 도는데는 거의 50분이 걸린다. 여의도 공원 무지 길구나. 24km 라고? -_- 바보 아냐? 2.4km잖아. 그래 나 바보다. 왜 또 그래^^;.
음 또 역시 지리를 모르니까, 택시를 타고 '먹을 거 있는 대로 가 주세요.' 이렇게. 그랬더니 여의도 역 부근에서 내려 주더라. 수수료가 1100원 나오는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뽑게 만들고, 스파게티를 얻어 먹었다. 수수료가 1000원 이상 나오는 현금 지급기에서는 돈을 뽑지 않아. 생활인의 지혜지. 하지만 사람이 1100원 때문에 얼마나 비참해 질 수 있는가에 대해 미리 생각을 해 봤어야 했다.
결국 과외 시간이 되어 돌아왔다.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많이 웃고 행복한 하루였다.
4. 동물원 day!
150일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 주에 다 하는 거야?
그러네. 그래서 싫어?
어른들에게는 금지된 구역이라고 생각했던 동물원 - 사실 별로 갈 일이 없고 또 마땅히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생각 해 버린 걸지도.-엘 22살이 된 봄에 다시 찾았다.
봄과 동물원은 정말 잘 맞는 음식의 조합처럼 뭔가가 있다. 살짝 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진 않지만 푸른 색이고 또 사방이 꽃천지이면, 바람에 실려오는 화학물질이 동물들의 분뇨에서 기원한 것이라 해도, 또 하늘에 약간 황사인지 스모그인지 모를 먼지가 끼었다고 해도, 또 나름의 꽃들의 색 배열이 맞지않다 해도, 기분은 행복하다. 사실 기분이 행복한 이유로는 저것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낮부터 막걸리를 마셨다고 구박을 해서 또 약간 서먹해 진 상태로 대공원 역에서 내렸는데, 역에서 나와보니 뻗은 길과 초록색 나무들이 푸른 하늘아래 너무 이뻐서 또, 뻥 뚫린 코끼리 열차 인가 뭔가가 너무 시원해서 기분이 풀어졌다. 대공원도 무지 넓구나.
앗, 돌고래쇼가 4시 30분 부터다. 지금이 3시 40분이니까 찾아 들어가면 볼수 있겠네.
...
근데 이 돌고래쇼장은 도대체 어딨는거야. 20분쯤 걸었나 해서 보니 겨우 찾았다. 생각해 보니, 돌고래쇼는 난생 처음 보는 건가? 아마 어렸을때 본 적도 있겠지만 전혀 기억이 안나네. 처음이든 아니든 어쨌든 신난다 ^_^
아. 저 돌고래 풀장은 무지 시원해 보인다. 동물원의 다른 구역과는 달리 분뇨 냄새나 비린내도 안나고.
먼저 물개 세마리가 조련사와 같이 나와서 '커엉 커엉' 하면서 묘기를 부렸다. 이거, 물개 너무 귀엽잖아. ㅠ_ㅠ 최고야. 이제부터 내 페이보릿 펫은 물개다 물개. 박수 치는 것 좀 봐. >_< 아. 물개는 정말 귀여운 동물이다.
그리고 돌고래 네 마리가 나왔다. 돌고래의 묘기는 귀여운건 좀 물개에 비해 떨어지지만, 카리스마는 물개의 10배였다. 점프가 거의 2-3미터 씩 되는것 같았고 트리플 악셀 같은것도 막 했다. 이야~ 이래서 사람들이 돌고래쇼를 보는 구나.
나와서는 동물원을 도는데, 이거 너무 크잖아. 다리 아파 죽을것 같아. 그래서 동물이 많은건 둘째 치고... 그냥 다 보기나 하자 라는 심정으로 돌았다고나 할까. 사람이 지친 만큼 동물들도 지쳤나 보다. 다들 등을 보이고 축 쳐져서 드러누워 있었다. -_- 그래도 이까지 보러 온 사람의 성의가 있지 얼굴이나 한번 보여주고 몇발자국 걸어주면 안되니. 힘좀 센 것들일수록 더 건방졌다.
결국 해가 지고 있었고, 6시 40분쯤 되어 동물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하아~ 정말 방대한 곳이었어. 역시 힘들긴 하지만 오랫만에 이런걸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