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24, 2004
WEIRD WORLD 

흙을 먹는 할머니가 있었다. 한방에서도 흙을 약재로 쓴다.

내 몸은 흙으로 빚었다. 하지만 누구도 생명을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왜냐면 난 꽉 막혀서 생명을 불어넣을 만한 융통성 있는 구멍이 없거등.

그래도 흙을 먹는 할머니 보다는 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더 이상했다.

나는 졸리면서도 안자려고 한다. 나는 안자려고 하면서도 존다. 졸라 존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여기가 어디야.

자자. 조금 자서 할일이 밀렸네.

근데 티비도 조금 봐야겠고, 방도 드러워, 치워야겠고, 배도 고파, 먹어야 겠다.

잘먹고 배부르니 또 졸리네.

할일이 밀렸네.... 내일 하지뭐.

...

이런 식으로 살다니.

인간이 망가졌다.

난 꽉 막혀서, 한쪽만 쳐다보면 다른건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맛이 가버렸다.

왜, 공부만 너무 하다 미친 사람들 얘기도 가끔 나오지.

그래도 다행이다. 공부하다 미친건 아니라서. 왠지 다행이다.

나는 어제 부터 미쳤다.

사람이 맛이 갔는데 학교를 가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 학교 같은데 가서 다른 사람들이랑 부데낄 자격이나 있나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너무 유약해 졌다.

몸의 immune system -이 단어가 한국어로 무엇인지 생각이 안난다. 드디어

amnesia가 오려나 보다.- 이 무너짐과 함께 그나마 지켜오던 멘탈도 무너져 내렸다.

지금도 반쯤 감긴 눈이 모니터를 내려다 보고,

의식없는 손가락들이 마음대로 자판을 두드리며,

지들 마음데로, 뭐라고 끄적이고 있을테지.

뭐라고 쓰든 상관 없어. 어차피 의식 없는 손가락이 의식있는 내 머리 보다는

덜 맛이 갔을 테니까. 완전히 고장났어, 이 뇌는.

왜 하고 싶은데로 다 해놓고 이러는지, 나는 모른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뱉아놓고 묻어 두자.

그리고 내일은 통계학 시험이다. 치사한 교수가, 안본다고 해 놓고 시험을 본다.

이게 무슨 시험이냐, 매일 보던 평가하고 같지 않느냐.

같은데 범위가 많고 점수가 두배면 시험이잖아.

결국 시험 안볼 생각 같은 건 없었던 거다.

우리는 뒤통수를 맞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126명 모두가 그저 수긍하고 내일 그 시험을 치루기 위해 프린트 물을 파겠지.

그냥 봐줄만한 시험이니까.

유기 교수가 처음에 시험을 안본다는 말로 환심을 샀다가

막판에 9 챕터나 되는 분량을 평가라는 이름하에 시험 본다면 어땠을까.

...

어차피 공부는 시험기간에 하는 거니까 상관은 없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9 챕터니까 또 모르지.

...

그리고 나는 정말 맛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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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a life is like a journey searching for the hidden tresures for myself. For, the life is full of SERENDI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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