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05, 2004
FUSSEN의 아침 

2004년 6월 17일 목요일 오전 9시경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ussen 역

어제 모처럼(이 아닐지도.) 크게 다퉜다. 그리고 금새 미안해진 나는, 금새 사과를 했다. 이런 사고회로.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걸까. 화를 내고 나면 10분이 안되어서 미안한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다니. 만약 30분 후에 사과를 한다고 해도, 그건 20분 동안이나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진짜진짜 힘들게 억눌른거다. 그래도 듣는사람 입장에선 '뭐이런게 다있어?' 겠지만.. ㅎㅎ

그래도 다행인건,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 준다는 사실이지. :)

... 이런. 역시 사랑앞에선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는 건가.

어쨌거나, 그렇게 화해를 한 밤에, 샌드위치를 먹었다. 생각해 보니 저녁을 쫄쫄 굶었더라구. 그래서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Nomad에서 사온 재료로. 아무리 생각해도 Nomad너무 좋은것 같다. 거기서 만든 재료로 싼 샌드위치가 제일 맛있었거든.

그러고는 잠에 들어서 아침에 일어난 거다.

창문을 열었는데! 정말, 이렇게 상쾌한 기분, 살면서 한번이나 느껴 봤나 모르겠다. 알프스 산자락에서 맞는 아침. 지금와서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쩔수 없이 예산을 100% 초과한 숙소에서 자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좋은 아침을 먹게 됐다. 크로와상, 파이, 뭔가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소쿠리에 한가득!! 각종 주스, 베이컨, 햄, 스크램블드 에그, 치즈, 과일... 보기만해도 신나는 것들이 날좀 잡수셔 하고 놓여있었다. 순간, 나중에 돈좀 벌면 유럽 다시와야겠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받았다. 그러고 보니 투숙객들도 대부분 노인층.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잡고 개 한마리 끌고 들어와서 둘이 뭔 얘기를 하는지 웃으면서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렇게 이쁠수가 없었다. 노년기는 wife 혹은 husband와 함께 여행으로!!!

아참, 그런데 개중에 수상한 커플 목격.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영감탱이가 40도 안되어 보이는 여자와 팔짱을 끼고 나타나서 굳은 표정으로 아침을 먹는다. 순간 '뭐야 저거. 돈좀 있나?' 하고 생각 했는데 이런 나의 들키면 안되는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딸이랑 아버지일수도 있지.' so monkey said.

와중에도, 여행 경비에 대한 걱정이 새록새록 떠 올라서, 이 음식들은 어떻게좀 날라다 먹을 수 없나 하고... ㅎㅎㅎ 사과 주스는 정말 좀 싸가고 싶었는데. 베이컨두. 아마 옆에 원숭이가 없고 나 혼자였음 한아름 싸다 날랐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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