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이제 나도 나이에 'ㅅ' 받침이 붇는 20대 중반에 접어 들었구나...하고 생각하니까 그냥 그렇다.
그냥, 시간 참 잘 간다는 느낌이다. 2004년 한해가 벌써 가 버렸다. 정말 공사다망하지 않았던 한해가 아니였던가...음, 아니였던 것 같기도 하다. 뭔가 허무하게 지나갔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20대에는.
...라는건 남들 얘기다. 난 기를 쓰고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20대가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져 세상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책임질 일 없고 별로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는 학생의 신분이 뭐가 불만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끔 보니 그런거에 불만을 가지고 나름대로 반항하고 그랬어야 좀더 스무스하게 성장을 할 수 있는것 같기도 하더군. 그때 받았어야 하는 압력을 지금, 또는 후에 언젠가 몰아 받게 될거라고 생각하면, 가끔씩 잠이 안온다.
신년 자축을 하려던 나는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나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해돋이를 보려고 했다.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이미 너무 지쳤었다. 날씨도 추울것 같았고, 어둡고, 산을 오르면 배도 고플것 같았고, 지하철을 타고 40분을 가서(그것도 두번이나 환승해서), 또 10분의 평탄한 길과 30분의 경사로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았더니, 무척이나 귀찮아졌다. 지난 한해는 대충대충 살았으니까, 올해 부터는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그러니까 그 첫 스타트를 해돋이를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걸로 하자고 다짐한지 불과 몇시간 만이었다.
뭐, 그거 안봐도 잘 살수 있다.
현재의 포인트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적 시야를 가지고 알지도 못하고 열심히 사는 것. 지금 나에겐 그게 인생의 묘미 같다. 알지도 못하고 열심히 사는 것. 어! 어! 어! 하고 놀랄 수 있고, 기뻐 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고, 그런것도 다 그래서 그런거 아닐까.
하지만 지금처럼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하면 국물도 없다.
아드레날린 마구마구 솟구치는 일, 땀나도록 힘든 일, 등에 식은땀 나는 일도 뭔가 다이나믹하고 즐거운 한해가 됐음 좋겠다.
졸려.